“늦었다고요? 잠자는 꿈을 깨우세요”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에 있는 개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같이 따라 짖었던 것이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 이탁오는 자신이 공자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 사유를 펼친 때가 지천명(50세)의 나이를 넘어서라고 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관직을 전전하다가 53세에 벼슬길에서 물러난 뒤에야 자신의 독자적 사상을 담은 ‘분서(焚書)’와 ‘장서(藏書)’ 집필에 매진해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백곡 김득신은 1만 번이나 읽어 곁에 있던 하인조차 외워 읊조릴 수 있는 책의 내용을 잊어버릴 정도로 노둔했다. 그런 그가 고군분투 끝에 과거에 급제한 나이가 58세. 이후 그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거듭났다.
이마누엘 칸트가 자신의 대표작인 ‘비판 3부작’의 첫 책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한 나이는 57세였다.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철학을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에게 첫 명성을 안겨준 ‘전체성과 무한’이 발표된 것도 그의 나이 56세 때였다. 여고 졸업 학력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를 하며 두 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던 서진규 씨. 뒤늦게 미군에 입대한 뒤 공부를 시작한 그는 58세인 올해 6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은퇴한 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자선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그의 나이도 올해 ‘겨우’ 51세다.
-동아일보에서-